'팬'과 '안티'가 폭발하는 지점, 쿨에이드 포인트란?
혹시 주변에 '애플 아니면 안 돼'라는 친구와 '앱등이는 이해 불가'라는 친구가 동시에 있지 않으신가요? 스타벅스 굿즈를 모으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열풍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열정적인 팬(Fandom)과 격렬한 안티(Hater)가 동시에 폭발하는 현상. 만약 이것이 브랜드의 실패가 아닌, 오히려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면 어떨까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싶었던 안티팬이 사실은 브랜드 성장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개념, '쿨에이드 포인트(Koolaid Point)' 와 '브랜드 양극화(Brand Polarization)' 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모든 것은 '쿨에이드 포인트'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팬이 극단적으로 많아지면, 반드시 그만큼의 반감과 적대도 함께 따라온다."
2006년, 블로거 캐시 시에라(Kathy Sierra)는 자신의 글에서 이 지점을 '쿨에이드 포인트(Koolaid Point)' 라고 명명했습니다. 브랜드나 서비스가 그저 '쓸만한' 단계를 넘어 소수의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단계에 진입하면, 필연적으로 그 열광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 무색무취의 브랜드가 아닌, 누군가에게는 '인생 브랜드'가 되는 순간, 반대편에서는 그 독특함과 열광적인 팬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애플을 향한 '맥빠'와 '안티'의 오랜 논쟁은 바로 이 '쿨에이드 포인트'를 넘어선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참고] 쿨에이드 포인트 개념은 브랜드 성장을 설명하는 한 이론적 도구이나, 무비판적 수용은 브랜드‧커뮤니티 전체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양극적 감정’의 힘을 활용하되, 집단적 악의와 사회적 부작용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비판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느낌을 넘어 데이터로 증명된 양극화의 힘
쿨에이드 포인트가 현상에 대한 통찰이었다면, '브랜드 양극화(Brand Polarization)' 는 이를 학문적으로, 그리고 데이터로 증명해낸 개념입니다.
최근 발표된 다수의 논문과 실증 연구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브랜드를 향한 감정이 사랑과 증오라는 양극으로 치달을수록, 오히려 브랜드에겐 유리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관심과 화제성의 폭발: 팬과 안티가 격렬하게 논쟁하는 것 자체가 브랜드의 언급량을 폭발시키고, 시장 내 존재감을 극대화합니다. 모두의 무관심이야말로 브랜드에겐 가장 큰 위기입니다.
팬덤의 결속 강화: 외부의 비판과 공격은 오히려 내부 팬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됩니다. '우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방어하고, 긍정적 구전을 퍼뜨리게 되죠.
강력한 진입장벽 구축: '호불호'가 명확한 브랜드는 강력한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이는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자산이자 시장 내 진입장벽 역할을 합니다.
사례: 테슬라는 어떻게 '미움'을 자산으로 만들었나?
브랜드 양극화의 가장 극적인 사례는 테슬라입니다.
YouGov의 브랜드 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성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테슬라의 '버즈(Buzz)' 점수는 -7.1점으로 비호감도가 높았습니다. 각종 리콜, CEO의 논란,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놀랍게도, 테슬라 오너들의 '버즈' 점수는 무려 +61.8점에 달했습니다. 외부의 비판이 거셀수록, 오너들의 충성도와 재구매 의사(약 70%)가 오히려 철옹성처럼 견고하게 유지된 것입니다.
테슬라는 '극단적 팬덤'과 '극단적 안티'라는 양극화 구조 속에서, 외부의 노이즈를 팬덤 강화의 에너지로 활용하며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구축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CEO의 정치적 행보가 구매자의 정치 성향까지 양분화시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쿨에이드 포인트와 브랜드 양극화 현상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욕심을 버려라: 우리 브랜드의 가치에 열광할 '진짜 팬'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그들에게 집중하세요. 모두에게 흐릿한 브랜드보다, 소수에게라도 확실한 '최애' 브랜드가 되는 것이 훨씬 강력합니다.
비판을 위기가 아닌 '대화의 시작'으로 삼아라: 안티팬의 등장은 우리 브랜드가 시장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그들의 비판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우리 브랜드의 가치관과 비전을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팬들과 소통할 기회로 삼으세요.
양극화를 '커뮤니티 전략'의 기회로 활용하라: 팬과 안티의 등장은 브랜드 커뮤니티가 진화하는 과정입니다. 비판에 성실히 응답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팬들에게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심어주어 건강한 커뮤니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안티'의 등장은 더 이상 두려워할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브랜드가 마침내 시장에 의미 있는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그래서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